경제 상식

그레샴의 법칙(Gresham's law), 짝퉁이 진품을 이긴다

꿈꾸는 지식노마드 2023. 12. 7. 0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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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레샴의 법칙(Gresham's law)은 16세기 영국의 금융업자이자 사업가였던 토머스 그레샴이 금본위제의 경제 상황에서 주장한 화폐유통에 관한 경제 이론으로 흔히 '악화가 양화를 구축한다(몰아낸다)'라고도 표현됩니다.

 

그레셤의 법칙에 따르면, 소재 가치가 다른 화폐가 동일한 명목 가치로 통용되면, 소재 가치가 높은 화폐(Good Money)는 유통시장에서 사라지고 소재가치가 낮은 화폐(Bad Money)만 유통되게 된다고 합니다.

 

그레샴의 법칙은 경제용어였지만, 요즘은 정품이 짝퉁을 이긴다는 뜻으로도 사용되고 있습니다.

그레샴의 법칙(Gresham's law)에 대해 알아봅니다.


 

그레샴의 법칙(Gresham's law), 악화가 양화를 구축한다

과거 영국에서는 귀금속인 금화와 은화를 화폐로 유통했는데, 영국 경제가 나빠지면서 금이나 은의 함량을 줄여서 같은 금액으로 발행하게 됩니다. 이런 상황에서 사람들은 시중에서 악화(금과 은의 함량이 낮은 화폐)만 사용하고 양화(진짜 금화나 은화)는 집에 숨겨두고 사용하지 않았습니다.

 

16세기 영국의 헨리 8세는 화폐의 은(銀) 함량을 줄인 은화를 발행함으로써 남은 은에서 얻은 이익을 재정에 보충하면서 경제적 이익을 얻었습니다. 그러자 사람들이 은 함량이 높은 은화(양화)를 집에 쌓아두거나 녹여서 판매하고 함량이 낮은 은화(악화)만 시중에 통용되는 현상이 발생했습니다.

헨리 8세 사후 엘리자베스 1세가 즉위한 가운데 당시 영국 재정 고문이던 그레셤은 엘리자베스 1세에게 저품질의 금속으로 화폐를 주조해 통화의 질을 떨어뜨리고 재정 수입을 늘리도록 조언했습니다. 이러한 현상은 1970년대 지폐 도입 이후 중단됐지만, 이후 악화가 양화를 구축하는 사회 현상 전반을 일컫는 용어로 사용되고 있다.

 

실제로 고대 로마의 역사학자인 오로시우스는 로마제국이 쇠퇴하는 과정에서 화폐의 품질이 저하되었다고 지적한 바 있습니다. 중세시대에도 여러 국가에서 화폐 개혁 시도 시 이런 문제에 직면한 사례가 많습니다.

악화가 양화를 구축하는 현상은 생산자나 관리자의 주의나 흥미를 끌지 못해 상품과 서비스의 질이 저하되게 됩니다.

그레샴의 법칙(Gresham's law)의 실사례

우리나라에서는 그레셤 법칙을 5만원권 사례를 통해서 알 수 있습니다.

 

2009년 10만원 자기압 수표 발행 비중을 줄이고 비용 절약과 거래의 편의를 도모하기 위한 목적으로 5만 원 지폐가 발행되었습니다.

일반적으로 은행을 떠난 화폐의 환수율은 평균 80%는 다시 은행으로 돌아오지만, 5만원권은 예외였습니다.

화폐의 환수율이 높다는 것은 해당 화폐가 시중에서 활발하게 유통되고 있다는 뜻입니다.

 

신사임당이 그려진 5만원권은 발행 이후 환수율(발행액 대비 환수액)은 40∼60% 수준을 유지했습니다. 그러나 코로나19 팬데믹 기간인 2020년 24.2%, 2021년 17.4%까지 떨어졌습니다. 그리고 2023년 상반기 5만원권의 발행액은 약 10조 원, 환수액은 7조 8000억 원에 달하며 역대 최고의 환수율을 보였습니다.

2014년 5만원권 화폐의 환수율은 25.8%에서 2018년에는 67.4%로 크게 늘었지만, 100%에 육박하는 1만 원과 비교하면 여전히 낮은 환수율 수치입니다. 5만원권은 환수율에 비해 수요가 많아 매년 공급량이 늘어서 2018년 6월에는 전체 화폐 발행액 중 5만 원의 비중이 82.28%나 차지했습니다. 

 

그렇다면 환수되지 않은 5만원권은 모두 어디로 간 걸까요?

2011년 4월 10일 전북 김제의 한 마늘밭에서 5만원권의 약 110억 원의 현금이 김치통 안에서 발견되어 세상이 떠들썩한 일이 있었습니다. 해당 돈은 5만원권 4억 장 묶음이었는데, 시중에서 유통되어야 할 돈이 '어둠의 경로'로 주로 유통될 것이라는 의심을 받았습니다.

실제로 그 돈은 불법 도박 수입금이었습니다. 5만원권은 함바집(건설현장 식당) 운영권 비리 사건 당시 로비 자금, 국회의원 후원금 비리 사건인 청목회 등에서도 등장한 바 있습니다. 이후에도 5만원권은 탈세, 뇌물, 범죄에 사용되기 때문에 환수율이 낮다는 소문이 입증된 셈이었습니다. 비교적 고액권인 5만 원권(양화)이 반사회적인 요인(악화)으로서 범죄나 세금회피 수단으로 이용된 것입니다. 

짝퉁이 진품을 이긴다

그레샴의 법칙은 경제용어였지만, 요즘은 품질 좋은 제품(진품) 대신 가짜 모방 제품(짝퉁)이 판치는 사회현상을 가리킬 때도 사용됩니다. 

 

또한 정품 소프트웨어보다 해적판 불법 소프트웨어 프로그램이 더 많이 유통되는 현상, 기업에 멍청한 임원이 똑똑한 부하직원은 키우지 않고 말 잘 듣는 사람만 더 키워서 인재가 조직을 떠나게 만드는 일이나 주요 메이저 석유 회사들이 기득권 유지를 위해 친환경 자동차의 출현을 달갑지 않게 여기는 사례들도 이에 해당합니다.

 

2000년대 후반 글로벌 시장에서는 한국 기업들의 제품이 부상하면서 '짝퉁 천국'으로 불리는 신흥시장에서 우리나라 기업들의 주력제품이나 브랜드를 흉내 낸 복제품을 내놓는 일들이 벌어지곤 했습니다.

 

카피캣(copycat) 제품은 영어의 카피(copy 복사하다)와 캣(cat 고양이)의 합성어로 모방하는 사람 또는 따라쟁이를 말하며 잘 나가는 제품을 그대로 모방해 만든 제품을 뜻하기도 합니다. 카피캣( copycat)의 어원은 16세기 영국에서 경멸하는 사람을 일컬을 때 사용했던 캣(cat,  고양이)에 카피(copy 복사하다)를 합쳐 모방자를 비하기 위한 말로 나왔다고 합니다.

2011년 애플의 스티브 잡스가 아이패드 신제품을 선보이며 경쟁사들을 카피캣으로 언급하면서 유행이 되었습니다.

 

사실 창의적이고 혁신적인 유니콘 기업의 상당수는 카피캣 전략으로 성장한 경우도 많습니다. 

중국의 텐센트, 샤오미, 알리바바, 바이두 등은 모두 카피캣 전략으로 성장했으며, 우리나라도 쿠팡, 배달의 민족, 카카오 택시 등도 카피캣 기업들입니다.

 

카피캣의 유사한 용어로 패스트 팔로워(fast follower)가 있는데, 패스트 팔로워는 부정적인 의미보다는 긍정적으로 사용됩니다. 패스트 팔로워는 다른 기업의 제품이나 비즈니스 모델을 그대로 베끼는 것이 아니라 벤치마팅을 통해 자신들만의 고유한 강점과 가치를 추가하는 것을 말합니다.

 

패스트 팔로워 전략은 퍼스트 무버(Fisrt mover)로 일컬어지는 마켓리더를 모방하고 쫓아가는 후발주자들의 경영 전략입니다. 애플이 주도하던 글로벌 스마트폰 시장에서 삼성전자의 스마트폰 시장 진입은 패스트 팔로워 전략의 대표적인 예입니다. 그리고 외식 시장에서는 CJ푸드빌의 '계절밥상'에 대해 이랜드가 후발주자로서 론칭한 '자연별곡'이 마켓 리더로서 더 많은 성장을 한 경우가 있습니다.

명품 브랜드의 짝퉁이 범람하면 소비자들의 반응은?

짝퉁이 대량으로 유통되면 매출은 줄고 고유 브랜드를 키워온 기업의 브랜드 가치는 떨어지게 됩니다. 특히 명품일수록 소비자의 입장에서는 다른 사람이 갖지 못한 제품을 가지고 싶은 심리가 강해 짝퉁이 많아지면 고가의 제품을 살 이유가 사라지게 됩니다.

짝퉁이 많이 유통되면, 소비자들의 반응은 크게 3가지로 나뉩니다.

주로 20대 전문직 종사자인 소비자들은 다른 사람과 차별화될 수도 없고 자신이 소지한 진품이 짝퉁이라는 오해를 받는 것도 싫어서 다른 브랜드로 눈을 돌립니다.

중년층의 소비자들은 대개 자신이 익숙한 특정 브랜드에 대한 애착과 충성도가 높아 그 브랜드를 바꾸려 하지 않고 자신이 얼마나 오랫동안 해당 브랜드의 단골 고객이었는지를 적극적으로 해명합니다.

마지막 부류는 브랜드를 감추는 것인데, 이는 부자들 중에서도 주로 최고가에 속하는 브랜드의 소비자인 최상류층에 속하는 사람들에게서 나타납니다. 그들은 브랜드를 드러내지 않음으로써 다른 사람이 흉내 내는 것을 원천적으로 막으려고 합니다. 즉 세상 사람들에게 자신이 어떤 삶을 사는지 동경의 대상(비밀)으로 남겨두고 싶다는 심리 때문입니다. 그리고 불황기에는 특히 '조용한 럭셔리'가 유행합니다. 소위 '로고 플레이 제품(로고 중심으로 만든 제품)'의 인기는 식고 로고가 없는 값비싼 명품이 그 진가를 알아보고 고가의 가격을 지불하고 살 수 있는 찐부자들 중심으로 인기를 얻게 됩니다.

 

명품 브랜드를 지향하는 기업의 입장에서는, 멀티 브랜드 전략을 통해 짝퉁에 대한 문제점을 해결할 수도 있습니다.

 

멀티 브랜드 전략은 복수의 상표 전략이라고도 합니다. 즉 기업이 한정된 소비계층을 대상으로만 단일 브랜드에만 투자하는 것이 아니라, 2~10 가지가 넘는 다양한 브랜드를 개발하는 사업전략입니다. 

 

멀티 브랜드 전략의 대표적인 예로는 1975년 조르조 아르마니가 설립한 패션브랜드인 아르마니(ARMANI) S.P.A를 들 수 있습니다. 

아르마니는 몇 백만 원이 넘는 고급 명품 정장부터 비교적 저렴한 캐주얼 라인의 브랜드까지 다양하게 운영 중입니다.

아르마니는 최고급 브랜드인 '조지오 아르마니'에서부터 접근하기 편한 가격대의 '아르마니오 꼴레지오니', 좀 더 패셔너블한 '엠프리오 아르마니', 대중 취향에 맞춘 '아르마니 익스체인지' 등 다양한 브랜드를 통해 저가 브랜드 소비 계층을 상위 브랜드로 흡수할 수 있는 체계를 갖추었습니다.

 

일상생활용품에서는 미국의 P&G의 경우가 그 대표적인 예입니다. P&G는 화장지, 기저귀, 세제, 화장품에 이르는 각종 생활 용품을 생산합니다. 제품에 대한 개별 소비자의 효용과 정체성이 워낙 다양하기 때 문에 제품마다 다른 별도의 브랜드(아이보리 비누와 질레트 면도기 등)를 구축하해서 관리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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